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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잡담

2025 결산 full 버전

by FAPER 2025. 12. 24.

1 ~ 3월 : 일본 여행다녀왔다. 본격적인 4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쉬어가는 시간이었다.

구강건강 박살 루틴

일본 특유의 그 감성이 좋았다. 애니에서 보던 그런 장면들이 진짜있구나 싶었다. 애초에 애니가 일본에서 만들어졌으니 당연한거긴한데 아무튼 미디어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보니 재미있었다. 아키하바라가서 키보드 하나 사올까 하다가 자판이 일본어라 그만뒀다.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지만 생각해보니 난 커피도 담배도 좋아하지 않는다. 여긴 왜간걸까

 

4월 : 본격적인 취준 시작, 대학교 4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청주 자취방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작년에 했던 외주 개발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안산을 한번씩 갔다. 어차피 백수고.. 안산에 있는 공장에 일주일에 1~2번씩 가는게 힘들긴 했지만 청주에서 가는 것 보단 가까워서 좋았고(지하철 80분)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 한다는 그런 직업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나는 그냥 앉아서 지피티 갈구면서 만든 프로그램이 끝이지만 누군가는 이걸 써야하고 도로에 깔린 그레이팅의 80%는 여기 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에 사명감이 느껴졌다.

오싹

이젠 보수금까지 전부 받았으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리얼월드의 문제를 해결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기 공장엔 나이 많은 이사님과 차장님이 부부로 계셨는데, 날 신입사원 처럼 앉혀놓고 그레이팅 제조 과정에 대해 알려주신 기억이 난다. 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은 참 멋지다. 

리얼 월드의 잔혹함

참고로 GPSS서버는 퇴사한 사람의 데스크톱에 리눅스를 깔아놓고 안끄는(...) 방법으로 서버를 구축했고 오른쪽의 윈도우 XP는 화면 보호기가 아니라 저 상태로 약 한달간 멈춰져 있었다.(안에 중요한 데이터가 있어서 결국 하드디스크를 이미징해서 포렌식했다.)

그리고 차장님이 항상 아이스커피를 타주셨다. 

 

5월 : 걍 취준했다. 자소서 쓰고 자격증, 어학 등등.. 남들 다하는거 했다. 자격 요건이 맞춰졌으니 일단 정보보안기사를 땄다. 취직이 진짜 안되긴하더라. 자소서 쓰는 족족 다 서류에서 떨어졌다. 잠시나마 학벌이나 토익같은 정량지표의 중요성을 알게되기도 하고.. 분명 나보다 해킹도 코딩도 못하는 사람들이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가는 걸 보고 좀 현타가 왔다. 진지하게 내가 일도 더 빨리 배우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에 가져다 주는 이익도 많을거 같은데. 그걸 보여줄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너무한다, 같은 생각을 했다. 그냥 날 놓친 회사가 병신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취직 못한 병신 개백수는 나였지만ㅋㅋ)

헌터 자격증

6~7월 : 그래서 일본에 갔다. 덥긴했는데 실내 위주로 다녔고, 날씨가 좋아서 여행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일본 하늘 차원달라 병 초기 증상

하늘이 정말 맑았다. 중국에서 내려오는 미세먼지를 거대한 공기청정기가 다 막아줘서 그런듯하다. 그리고 CTF 대회를 하나 나갔다. 부산에서 하는 CTF였는데, 무려 데프콘 연수를 보내주는 그런 대회였다. 난 포렌식과 침해사고분석을 잘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메인으로 푸는 역할로 해서 나갔다. 

아 버스달다

 

여기서 뻐킹 슈퍼 바이너리 익스플로잇 닌자해커 3명과 나 이렇게 4명이서 우승을 했다. 다들 이력이 화려했다. 어릴때 부터 해킹을 했고, 엄청난 수상 실력에 알사람은 다 아는 티오리라는 회사에 고등학생때 부터 일을 했던 그런 장례가 기대되는 화이트해커들과 같은 팀을 해서 정말 영광이었다. 참고로 이 때 내가 잡았던 livefire 점수 차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2등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걸로 막 자랑을 하진 않았다. 그냥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서.. (미스크 설거지 비슷한거다) 

그리고 우승했지만 내가 공짜로 미국에 가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IBM에 취직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걍 ibm 버리고 미국 일주일 여행 갈걸 그랬다.)

 

그리고 너무 컴퓨터만 하는 것 같아서 서울로 올라온 김에 문화생활을 좀 해보고 싶어서 대학생 동아리 모임에 신청했다. 같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대학생이면 신청 가능하길래 그림 그리는 동아리에 신청했다. 맨날 컴퓨터만 하다보니까 그런 갓반인들을 만나니 갑자기 엄청 긴장됐다. 무슨 바람인진 몰랐지만 새로운 인간관계라던지 취미같은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다.

나의 역작

그리고 참가를 위해 평소에 그리는 그림을 올려 달라고 해서 저거 보여줬다가 입밴 당했다. 사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림을 굳이 모여서 그릴 이유는 없다. 그냥 친목하고 잘 노는 인싸가 필요한 거였겠지.. 그래 그런거라 생각하자  (ㅠㅠ)

 

8월 : 본격적인 직장 생활 시작, 한국 IBM

 

전형적인 글로벌 기업, 첫 출근날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사무실 풍경이 진짜 펼쳐졌다. 비오비 때 부터 친한 친구가 3개월 먼저 들어가 있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의 첫 사원증

 

회사에 들어간 후로는 일이 재밌기만 했다. 리얼월드에서 일어나는 해킹에 대해서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마치 해킹대회 같았다. 물론 기술이랑은 동떨어진 단순 반복 작업들도 많았지만 자동화 하면 그만이었다. 솔루션 사용법을 익히고 체계를 파악하는데 딱 한 달 정도 걸렸고 나의 첫 사수였던 분이 정말 친절하게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셨다. 정말 운이 좋았다. 다들 친절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HITCON 2025

그리고 핵시움 부산에서 만난 사람들과 HITCON도 나갈 수 있었다. 1문제 밖에 못풀긴 했는데 그래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실력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9월 : 4학년 2학기, 이직 생각이 슬슬.. 

겨우 2달 좀 다녀놓고 뭔소리냐, 할 수 있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느낀 문제점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 일단 새롭게 알게되는건 없었다. 뭔가 신기술은 많은데 결론적으론 같았다.(도파민이 부족했다.) 딱히 주인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필요하니까 하는 느낌, 반복적인 일에 금방 지루해졌고 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출근시간이 너무 일찍이었다. (8시 30분에 업무 시작)

 

둘째, 기술 역량 발전의 갈증이 컸다.

내가 A 자동화를 만들었지만 이건 그냥 내가 나 편하자고 만든거지 이 조직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이런 자동화를 개발하고 연구하는건 회사가 나에게 준 역할이 아니다. 난 그저 계약을 통해 고용됐고, 정해진 시간에 지정된 업무를 수행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아무리 내가 여기서 노력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도 팀 내에선 칭찬하고, 좋은 일이지만 이건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효율을 만드는 거지 조직 차원의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나는 뭔가 대단한 임팩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조직 차원에서 내가 만들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권한을 열어줘야 하며, 거기에 대한 리스크를 함께 가져야한다. 그런데 아직 대학도 졸업 안한 신입한테 그런 일을 시킬 순 없으니까 자잘한 업무 자동화만 하게 되고, 막상 내 개인시간 갈아가며 만들면 그냥 혼자서 뻘짓거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국의 대부분의 모든 회사는 이런 형태로 굴러간다는걸 알게됐다. 탑다운으로 의사 결정권자들이 정한 방식을 실무자들이 수행하는 방식,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취미가 그저 일이 되고 퇴근 후 새로운 취미를 찾는 그런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난 화이트해커가 되고 싶었는데 빨리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 A씨가 되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좀 오만한 생각이지만 의사 결정권자들이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 

 

10월 : 그래서 이직했다. 토스에 갔다.  

두번째 회사

원래는 신입을 뽑지는 않는데 IBM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최신 보안 인프라였고 보안의 현주소에 위치한 문제들이었다. 그래서 쓰는 솔루션도 겹치는게 많고, 내가 평소에 했던 생각들을 말했더니 당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보통 5년차 이하를 뽑는 시큐리티 퍼플팀에 합류했다. 이러한 선택에 IBM 사람들은 많이 아쉬워 했지만 팀원 분들은 나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보통 토스의 신입은 6개월에서 1년의 계약직을 통해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나는 그냥 바로 정규직으로 합류하는거라 그런 온보딩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또한 채용 연계 프로그램 출신들이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그런 교육을 거친 애들과 비교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과장님이 그럼 나는 IBM에서 컸으니 걱정말라고 하셨다. 

3개월간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어디서든 어깨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셨다.

나는 어디서든 잘 할 수 있다고..

 

11월, 그렇게 3개월의 IBM 생활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갔다.

 거기엔 내가 존경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화이트해커가 팀 리더로 있었고, 팀원 한명 한명이 대단한 역량을 갖춘 곳이었다. 내가 생각한 그 어떤 것보다 기술 발전과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은 조직이었다. 갔을 때 들었던 인상 깊었던 말이 존경은 실력과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며 리더십은 누구나 발휘할 수 있고 존경에 의해 따른다는 것이었다. 수평 문화에 오직 실력과 신뢰로 대장을 가리는(?) 다소 애니같은 회사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일에 정말 몰입이 잘됐고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상식적인 범위에서) 기술 도서가 필요하면 그냥 구매, 소프트웨어도, 그냥 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원하고 난 그저 일에 완전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았다. 

 

일을 못했다는 핑계를 댈 수 없도록 완벽한 환경에 집어넣고 나의 최고점을 뽑아내는 일을 반복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비오비 처음 할 때가 생각 나기도 하고, 이때까지 해왔던 그 어떤 도전보다도 힘들고 가치있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25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말 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다 써본 것 같다.

결과적으로 취직도 잘 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다. 

그리고 뭐가 됐든 내가 좋아하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면 그만큼 미워지는게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세상엔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건 내 직장이 바뀌고 대가리에 기름칠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사람 자체의 문제다..

 

2026년 목표는 나의 고점을 찍어보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잘한다'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보안을 잘하고 싶다면 보안을 잘한다는게 뭔지 정해야한다. 수동적인 직장인이 되어선 안된다. 직업인이 되어서 프로의 마음가짐으로 빡세게 굴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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